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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뼈와 흙의 대결

뼈와 흙이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백전백패 뼈가 이긴다. 흙은 던지면 흩어지지만 뼈는 여간해서 부스러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힘으로 하면 남자가 이길 것 같지만 끝까지 가면 여자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남자가 호랑이 가죽 뒤집어쓴 동물이라면 여자는 꼬리 열 개 달린 여우라서 대적이 불가능하다.   후배 한 사람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데 아내 맘을 알 수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아내를 이길 수 있는지 고민했다. 결론은 간결하다. ‘무조건 져라. 항복 선언해라. 그러면 가정과 자식, 부모 형제, 이웃과 친구들, 삼대가 평온해진다’고 답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여자는 마음이 한 번 틀어지면 원한을 품고 독하기 그지없다. 불똥이 튀기 전에 평화조약 맺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부부 싸움은 고대부터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가정의 여신 헤라는 파뿌리가 하얗게 되도록 부부 싸움을 했다. 신들은 선악의 개념 없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제우스는 무녀의 딸 이오에게 흑심을 품어 겁탈한 뒤 증거 인멸을 위해 암소로 둔갑시킨다. 제우스가 바람 피운 사실을 눈치챈 부인 헤라는 암소를 자신에게 달라고 한 뒤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에게 감시 임무를 맡긴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피리 소리로 아르고스를 잠재워 죽인 뒤 이오를 구출해낸다.   ‘헤르메스와 아르고스(드레스덴 미술박물관, 1635~1638)’에는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에 잠든 아리고스 옆에 암소가 된 이오가 처량한 눈으로 보고 있다. 루벤스는 불륜과 부도덕으로 가득 찬 신들의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했다. 그리스 신화가 매혹적인 이유는 욕망과 힘의 논리가 지배한 인간세계의 원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창세기 7장)’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21장)’ 흙과 뼈로 된 인간이 인류 최초의 가정을 만드는 장면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단단하고 부서지지 않는 원리를 추정해 볼 단서다.   여자와 남자는 선천적으로 다르다. 서로 타협하기 힘들다. 부부간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 전쟁이다. 남자가 목숨 거는 건 자존심이고 여자는 사랑이다. 여자에게 사랑이 없으면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악착 같고 치밀하다. 자존심은 타협으로 보수가 가능하지만 사랑은 파장이 광대하고 자기 중심적이라서 대처하기 불가능하다.   여자와 남자는 다르게 태어난다. 죽었다 깨어나도 남자는 여자를 알지 못한다. 여자는 외출할 때 몇시간 전부터 야단법석을 떨지만 남자는 약속시간 될 때까지 컴퓨터만 한다. 철이 바뀌면 여자는 옷이 가득한 옷장을 보며 입을 옷이 없다고 한다. 남자는 텅 빈 옷장을 보고 입을 게 거뜬하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말로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여 주길 바라지만 남자는 말 안 해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자기가 마지막 사랑이길 원하지만 남자는 자기가 첫사랑이길 바란다. 여자가 용의주도 하고 남자가 천진난만 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자는 비정상적 인간의 정상화 방법을 탐구한다. 하늘 향해 침 뱉으면 내 얼굴만 더러워진다. 아담이 갈비대로 만든 여자를 보고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했으니 남자가 여자를 위해 하지 못할 일이 없다.   여자를 알려고 노력하지 하지 말라. 이해 불가능해도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여자는 뼈를 깍는 아픔을 견디며 흙으로 믿음의 반석을 세운다. (작가,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가면 여자 여호와 하나님 그리스 신화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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